top of page

어느 한 사람의 계절을 옮겨온 정원

2025년 7월 9일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23일



붉은 기억에서 온 숲

굿모닝애프터눈의 정원 한편에는 조용히 숨 쉬는 백일홍 숲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정원수를 정갈하게 심어둔 공간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의 나무들은 단순한 조경수로 온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기억에서 옮겨온, 살아 있는 마음입니다.

이 숲은 우리가 어느 여름날 마주쳤던 한 풍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멈추게 만든 풍경


어느 여름, 순천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던 오후, 도로 끝 어딘가에 붉은 물결이 번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들꽃이 가득 핀 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묘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결국 차를 세우고 시골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습니다.



어림잡아 20분쯤 걸었을까요. 마침내 그곳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앞에는 햇살 아래 불타오르듯 피어 있는 백일홍의 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람이 꽃잎을 흩날리고, 햇살은 조용히 그 위에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가슴이 뻐근해질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한 폭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 서 있는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던 길을 접고, 근처 작은 상점에 들어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 밭의 꽃은 무엇인가요?”


상점의 주인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백일홍이에요. 저 산길 따라 올라가면 주인집이 있어요.”


그 길을 따라 산 중턱까지 조심스레 올라가, 그 밭을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우리는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혹시… 저 나무들, 저에게 파실 수 있으신가요?”


어르신은 한 번 우리를 쳐다보시더니,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한두 그루는 안 돼요. 저 밭이랑, 저 위 산에 있는 것까지 몽땅 가져가세요. 몽땅.”



그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단지 나무가 아니라, 누군가 오랜 시간 가꿔온 삶의 일부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국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몽땅 사겠습니다.”

그렇게 백일홍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이 머문 정원


그 후 2년 동안, 산 중턱에서 곱게 자라던 백일홍을 한 그루, 한 그루 조심스럽게 이곳 굿모닝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처음에 우리가 멈춰 섰던 붉은 밭의 나무들은 어르신께 그대로 남겨드렸습니다. 우리가 사랑하게 된 그 풍경이, 그분의 사계절 안에서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굿모닝애프터눈의 정원에 심어진 백일홍은 그날의 기억을 품은 채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오랜 시간이 이곳으로 옮겨와, 또 다른 이들의 하루와 계절을 함께 맞이하는 숲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기억에서 온 숲’이라고 부릅니다. 이 숲은 단지 꽃이 피고 지는 정원이 아니라, 시간이 나눠 심어진 풍경입니다.


굿모닝애프터눈에 머무는 하루 동안, 잠시 이 정원에 서서 붉은 꽃 사이를 천천히 걸어보셨으면 합니다. 누군가의 사계절에서 건너온 그 시간이, 당신의 하루에도 작은 온도를 남겨주기를 바랍니다.


정원은, 결국 누군가의 계절이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지는 자리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