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하늘에 커튼을 달다
최종 수정일: 8월 25일

가능으로 바꾸는 데, 꼬박 1년
시작은, 한 장의 커튼이었습니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끝까지 한 번 해내보고 싶었습니다.
1층 천장에 커튼을 건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이 공간의 천고는 무려 12.5미터.
일반적인 건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상 밖의 높이였습니다.

높이에 가로막혀,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전례 없는 이 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가능성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처음엔 국내 여러 업체에 제작을 타진했지만,
구조적 제약 앞에서 하나둘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건 안 됩니다.
그 말이 돌아오는 사이, 몇 달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해외로 돌렸습니다.
마침내 해외의 전문 제작 업체와 연결이 되었고,
샘플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샘플이 도착하던 날,
그것은 완성품이라기보다
우리가 풀어야 할 복잡한 퍼즐 덩어리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커튼을 이루는 장치 하나하나를 직접 분해해 보았습니다.
구조의 원리, 소재의 강도, 이음매가 맞물리는 방식까지
손으로 만지고, 머리로 계산했습니다.
“이게, 이 천장에 가능할까.”

되지 않는다는 말들 앞에서
막상 설치를 시작하고 보니
건물의 구조와 샘플이 서로 맞지 않았습니다.
오차는 곧바로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고,
우리는 같은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며 재제작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커튼 하나를 완성하는 데만
거의 10개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지난한 여정이었습니다.
“아니, 이 커튼이 뭐라고...
”그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왔습니다.
13미터 고소작업 장비 2대를 동시에 배치해야 했고
천장과 기둥, 보 위에 커튼을 걸어야 했습니다.
조금만 삐끗해도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는 높이.
작업 하나하나가 목숨을 건 미션처럼 느껴졌습니다.
샘플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지만,
결국 업체들은 “우리에겐 불가능하다”며 손을 들었습니다.

끝까지 해보자고 말해준 사람
그때,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 오랜 시간 거래해온 사장님.
평소엔 일반 커튼과 패브릭 위주로 작업하시기에
규모가 워낙 큰 제품이라 처음부터 말씀드리지 않았던 분입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연락을 드렸고,
그분은 휴일에 이곳까지 내려와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시더니
“내가 한번 만들어볼게요.”

그리고 약속처럼, 3주일 뒤 샘플을 보내오셨습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이건 된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는 샘플이었습니다.
약간의 수정을 거치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 이후, 커튼 천도 방직 공장에서 새로 짜고,
방염 처리까지 더해 약 세달간 제작이 이어졌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틀림없이
본 설치는 또 한 번의 전쟁이었습니다.
고소작업용 장비 4대를 동원해
2대는 천장, 2대는 보와 기둥에 배치했습니다.
그 천장을 따라 커튼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미친 듯이 움직였고
수많은 변수와 문제들과 싸우며
조금씩, 조금씩
커튼이 제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지금, 저 커튼은 아무렇지 않게 걸려 있습니다
커튼 하나에만 매달린 시간 거의 1년.
그 시간은 고되고, 길었고,
때로는 무모하기도 했습니다.
제정신이 있었다면 못 했을 일.
하지만 지금
그 커튼이 12.5미터 하늘 위,
이 공간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혼자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야, 나 때문에 진짜 고생 많았지?
그래도 봐봐. 나 지금, 이 1층을 누구보다 든든히 감싸고 있다.)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속이 확— 뜨거워집니다.
간절하게 매달렸고,
안 되는 걸 되게 만들었고,
"그만하고 다른 걸로 바꾸자"는 수많은 말 속에서도
끝까지, 해냈습니다.
그래서 그 커튼을 볼 때마다—가끔은 괜히 혼자 말을 걸곤 합니다.
(너도 힘들었지. 고맙다, 끝까지 함께해줘서.)
그리고 그때,
마음 한구석에서이 말이 조용히 스쳐갑니다.
"그래… 해냈다."
